음력 정월장은 놓쳤지만, 그래도 담갔다 — 첫 된장 담그기 우여곡절기

첫 된장 담그기 우여곡절기 — 실패와 재도전, 그리고 기다림의 시작

된장을 직접 담가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나요? 저도 올해 처음 도전했는데 생각보다 순탄하지 않았어요. 된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는 음력 정월인데, 올해는 메주 반품까지 겹치면서 그 타이밍을 노쳤거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담갔어요. 저처럼 한번 도전해보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그 과정을 정리해봤어요

된장을 직접 담그기로 결심한 이유

시판 된장도 충분히 맛있지만, 메주를 손수 고르고 소금물을 만들어 항아리에 붓는 그 과정을 한번은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된장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발효 음식이에요. 담그는 데 하루가 걸린다면, 기다리는 데는 몇 달이 걸려요. 그 기다림까지 포함해서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통적으로 된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인 음력 정월, 2월 보름을 목표로 준비를 시작했어요.

음력 정월장(보름장)이란?

음력 정월 보름(대보름) 즈음에 담그는 장을 보름장 또는 정월장이라고 해요. 이 시기는 날씨가 춥고 건조해서 잡균 번식이 적고, 발효가 천천히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된장·간장 담그기 가장 좋은 시기로 여겨져왔어요.

꼭 보름이 아니어도 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시기는 한겨울이 지나고 아직 날이 풀리기 전인 1월 말~2월 중순이에요.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잡균이 늘어날 수 있어서 가능하면 이 시기 안에 담그는 것이 좋아요.

메주 반품 사건 — 첫 번째 시도의 실패

설레는 마음으로 메주를 받았어요. 된장 담그기의 시작은 좋은 메주를 구하는 것이라고 해서 유기농 제품으로 미리 주문해뒀거든요. 실수로 메주를 떨어 뜨려 모서리가 떨어져 나갔는데..반을 가르는 순간, 마음이 딱 가라앉았어요.

검정곰팡이와 푸른곰팡이가 너무 심했어요. 메주에 곰팡이가 피는 건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곰팡이의 종류와 상태가 중요해요. 흰 곰팡이는 괜찮지만, 검정과 푸른 곰팡이가 속까지 가득 찬 건 수준이 달랐어요. 담글까 잠깐 고민도 했지만, 처음 도전하는 된장인 만큼 제대로 된 재료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결국 반품을 결정했어요.

반품하고 나서 잠깐 고민은했어요. 음력 정월 보름 날짜는 이미 지나버렸고, ‘올해는 그냥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보름장은 ‘가장 이상적인 시기’일 뿐, 그 날짜가 지났다고 된장을 못 담그는 건 아니잖아요. 이미 마음을 먹었고, 항아리도 준비해뒀는데. 조금 늦어졌을 뿐, 그냥 하기로 했어요.

된장 담그기, 좋은 메주 고르는 법

메주의 흰 곰팡이(황국균, 아스페르길루스)는 발효를 돕는 이로운 균이에요. 겉면에 흰 곰팡이가 고루 피어 있는 것이 잘 뜬 메주예요.

반면 검정곰팡이나 푸른곰팡이가 많다면 위생 상태나 보관 환경을 의심해볼 수 있어요. 좋은 메주는 반을 갈랐을 때 속이 노란빛을 띠고, 쾌한 발효 냄새가 나요. 속이 검거나 물컹거리면 피하는 것이 좋아요. 첫 된장 담그기라면 믿을 수 있는 전통 메주 생산지나 지역 농가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해요.

드디어 된장 담그기 — 준비물과 소금물 비율

두 번째 메주를 주문할 때도 유기농 제풍으로 다른 생산지를 찾았어요. 첫 번째 실패 덕분에 뭘 봐야 하는지 기준이 생겼거든요. 새로 받은 메주를 갈라봤을 때는 확연히 달랐어요. 속이 노르스름하고 곰팡이는 없어서 약간 당황은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어서 바로 담그기 시작했어요.

준비물

  • 항아리
  • 메주 1.2kg × 4덩이 (된장 한 말 기준)
  • 천일염 — 몇 년 전부터 간수를 빼서 묵혀둔 것
  • 붉은 고추, 숯 (메주 주문 시 함께 동봉됐어요)
  • 대추는 집에 있는 거 사용

된장 담그기 소금물 비율

소금물 농도는 18~20%가 적당해요. 너무 싱거우면 잡균이 번식하고, 너무 짜면 발효가 더뎌요. 천일염을 사용하고, 물에 완전히 녹인 뒤 하루 정도 가라앉혀 윗물만 사용하면 더 좋아요. 3~4월은 늦은시기라 염도를 높여야해요.

기준소금 (천일염)농도
일반 기준10L2~2.2kg약 18~20%
메주 1.2kg × 4덩이9~10L2.5~2.8kg약 20~22%

농도 확인은 달걀을 소금물에 띄워서 500원짜리 동전만큼 뜨면 적정 농도예요. 생각보다 꽤 정확한 전통 방법이에요.

소금은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하는 게 중요해요. 간수가 빠진 소금은 쓴맛이 없고 부드러워서 된장 맛에 좋거든요. 저는 몇 년 전부터 묵혀둔 천일염을 사용했어요.

직접 담그는 과정 — 순서대로 따라해보세요

① 항아리 열탕소독 옛 전통은 볏짚을 태워 소독을 했지만, 저는 항아리를 깨끗하게 씻은 뒤 큰 냄비에 엎어서 열탕소독을 했어요. 끓는 물로 충분히 소독하면 잡균을 없앨 수 있어서 안심하고 발효를 시작할 수 있거든요. 소독 후에는 완전히 건조시킨 뒤 사용하는 게 중요해요.

② 메주 씻기 메주를 깨끗하게 물에 씻었어요. 겉면에 피어있는 곰팡이나 먼지를 씻어내는 과정인데, 너무 박박 씻으면 발효균까지 없앨 수 있으니 가볍게 헹구는 정도가 좋아요.

씻은 메주는 바로 항아리에 넣으면 안 돼요. 하루 정도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바짝 말려줘야 해요. 수분이 남아있는 상태로 넣으면 소금물 농도가 희석되고 잡균이 생길 수 있거든요. 이 선행 작업이 된장 담그기에서 은근히 중요한 포인트예요.

③ 항아리에 메주 넣기 씻고 바짝 말린 메주를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었어요. 딱 한 말 분량인데, 말리니 메주 1.2kg짜리 4덩이가 나오네요. 항아리 안에 메주가 들어가는 순간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었어요.

④ 소금물 붓기 미리 만들어둔 소금물을 천천히 부었어요. 수돗물 대신 생수를 사용했는데, 염소 성분 없이 깨끗한 물로 담그고 싶었거든요.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물이라 색이 맑고 깨끗했어요. 메주가 충분히 잠길 만큼 부어주는 게 포인트예요.

⑤ 고추, 숯, 대추 올리기 마지막으로 붉은 고추, 숯, 대추를 소금물 위에 올렸어요. 고추는 잡균을 억제하고, 숯은 불순물을 흡착해주는 역할을 해요. 대추는 단맛을 보완해주고 잡균 억제에도 도움이 돼요. 고추와 숯은 메주 주문할 때 함께 들어있었고, 대추는 집에 있던 걸 활용했어요. 세 가지가 전통적으로 함께 들어가는 조합이에요.

⑥ 뚜껑 닫기 뚜껑을 닫으면서 이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싶었어요.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일을 대신해주는 것, 그게 발효 음식의 매력인 것 같아요.

늦었지만, 담갔어요 — 기다림의 시작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다 보면 영원히 못 하게 될 때가 있잖아요. 이번 된장 담그기가 딱 그랬어요. 음력 정월장도 놓치고, 메주도 한 번 반품하고,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지만, 결국 항아리 안에 메주가 들어갔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어요.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에요. 보통 40~60일 정도 숙성이 되면 간장을 분리하고, 나머지가 된장이 돼요. 그 사이에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어주고, 위에 뜨는 불순물을 걷어내는 관리도 필요해요. 올여름쯤, 간장을 분리하는 그 순간을 또 기록해볼게요.